2ch 괴담) 믹스 쥬스

 

 

 

학창 시절 나는 어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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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프랜차이즈 체인점이었지만, 상당히 너그러워서 휴식 시간이나 근무 중에 마음대로 커피나 음료를 만들어 마셔도 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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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휴식 시간에는 언제나 마음대로 취향에 맞는 음료를 만들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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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언제나 여러 과일 쥬스를 섞어 믹스 쥬스를 만든 다음 차게 해서 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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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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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상냥한 아르바이트 선배가 있어서, 언제나 그 선배가 휴식 시간만 되면 [힘들지?] 라며 특별히 믹스 쥬스를 건네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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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일부러 아침 일찍 만들어 시원하게 식혀 놓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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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작 내가 쥬스를 만들어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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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나는 우연히 일찍 출근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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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내가 선배한테 답례로 쥬스라도 만들어 드리자.] 라고 생각해서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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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선배와 나를 빼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없는 날이었기에, 아침 청소도 끝났겠다 맛있는 쥬스라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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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부엌에서 믹서가 도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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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늘도 선배가 먼저 쥬스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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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져서 나는 주방 창문으로 몰래 선배를 관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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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있는 믹스 쥬스는 뭘 넣어서 만드는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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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선배는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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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서 필름통을 꺼내더니,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믹서기 안에 붓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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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몸을 쭉 내민 채 믹서를 들여다 보는 선배의 입으로부터 무엇인가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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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서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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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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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믹서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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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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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충격에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큰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나는 주방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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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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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한창 믹서기 안의 쥬스에 자신의 침을 흘려 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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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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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시는 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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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너한테 주려고 쥬스 만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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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슨 소리세요! 언제나 이런 짓을 했던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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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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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리고 뭡니까,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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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서 옆에 있는 필름통을 잡자, 기분 나쁜 냄새가 가볍게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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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통 안을 보자, 색도 냄새도 영락 없이 정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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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잔뜩 찡그린 내 얼굴은 아랑 곳 없이 쑥쓰럽다는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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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안, 좋아하고 있었어... 그리고... 저기, 지금 솔로지? 나랑 사귀지 않을래?] 라고 말하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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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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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그렇게 기분 나쁜 짓을 해 놓고 고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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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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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몇 달 동안이나 그 놈의 체액이 들어간 쥬스를 마셨다는 생각에 구토보다도 현기증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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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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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날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그 후로 그 가게 근처도 찾아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