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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레딧괴담

레딧괴담) 이 섬은 낙원이야

by 밍키2 202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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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이 글을 발견한 누군가에게.

난 이 지옥같은 섬에서 10년이 넘도록 갇혀있었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는지 모르겠네.

주위와 비교해보면, 이제 내 감각은 거의 마비된 것처럼 보여.

그래도 난 여전히 희망을 버리진 않았지만 말야.

난 아주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컬트나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해.

그래서 지난 몇년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두려운것만은 사실이야.

만약 이게 말이 된다고 한다면, 내 생각엔 아무래도 시간이 좀 찢어진것 같애.

모든게 그냥 멈춰버렸어.

이 현상은 서서히 진행되서, 처음엔 마치 모든 꽃과 나무가 갑자기 그저 천천히 흔들리는것처럼 보였어.

그러다 사람들은 느릿느릿하게 걷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들은 완전히 멈추기 전까진 마치 거대한 뱀처럼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기도 했어.

날 괴롭히던건 그런 점진적인 상황의 변화때문이 아니었어.

이 모든것을 피할수 없다는 사실때문이었지.

난 내 아내 샤론이 작은 거실 한 가운데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때까지 약 한시간동안 서있는걸 그저 바라만 봐야했어.

아내의 시선은 텅 비어있었어.

마치 영원을 들여다본것처럼.

마치 영원히 고통에 사로잡힌것처럼.

요즘에는 난 너무 지칠대로 지쳐서, 지저분한 소파위에서 그냥 정신을 잃고 쓰러질때가 많아.

더 이상 아침마다 아내의 괴로운 표정을 보는걸 견딜수가 없어서, 난 아내의 얼굴위에 하얀 천을 씌워놨어.

딸 캐서린을 들어 올리기 힘들정도로 경직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침대까지는 데려갈수 있었는데.

그 앤 겨우 여섯살밖에 안됐었어.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어떻게 고작 여섯살밖에 안되는 딸아이를 못 옮기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 악몽과도 같은 지옥을 빠져나가려는 시도도 전부 헛수고였어.

파도가 말야.. 움직이질 않아..

이 시점에서, 내가 미쳐가고 있단걸 믿을 수 있었지만, 배를 띄워 이곳을 벗어나려는 모든 노력은 전부 의미가 없었어.

배는 쓸모없고 유일하게 남아있던 비행기도 몇년전에 추락해 엄청난 재앙만 초래했을 뿐이었어.

전화를 해보려고도 했지만, 죄다 불통이었어.

마치 내가 거는 모든 전화가 바로 끊기는것처럼, 끊임없이 삐-소리만 들릴뿐이었어.

이 이해할수 없는 비극에 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로서 지금까지 8년을 혼자 지내왔어.

그런데도 내가 희망을 얘기하는건 모두들 아직 죽지 않았다고 믿고 있어서야.

사람들은 단지 일시적으로 멈춰있는거라고.

그런 믿음이 있었지만, 나를 괴롭힌건 단지 8년간의 잔혹한 나날들 뿐만이 아니었어.

사람들은 아름답고 젊은 상태로 남아있는동안, 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고 점점 지쳐만갔어.

몸은 완전히 탈진해버렸고 내 정신은 바스라졌어.

하지만 신이 날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내 발은 날이 갈수록 점점 무거워져갔고, 다리는 둔해지고, 내 움직임에 통제를 잃기 시작했어.

샤론이 굳어버렸을때처럼 난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아.

오히려 난 기쁨의 미소를 짓고있어.

얼굴을 가린 천을 치워냈을때 여전히 아내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어.

오 하느님, 드디어 낙원에 다다른것만 같은 기분이야.

내 몸은 이제 너무 뻣뻣해.

이젠 너무 굳어져서 이 펜을 쥐는거조차 많이 힘드네.

드디어 이 끊임없는 유예속에서 내 사랑하는 가족들과 만나기 몇 초 전,

난 내 옆을 흘깃 쳐다봤고 내 몸이 완전히 굳는 순간.

아내의 눈이 깜빡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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